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讀萬卷書 ㅡ 만권서를 읽으며 思萬物事 ㅡ 만백사를 생각하며 行萬里路 ㅡ 만리길을 여행하고 交萬人友 ㅡ 만인벗과 교류하다 중국 명대 말의 화가, 서예가인 동기창(董其昌)의 말로 문장이나 화폭에 문자향과 서권기를 담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. 내가 살아왔고 또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생활방식의 단적인 한 표현이기에 외람되이 둘째 구절을 하나 더 보태어 인용하였습니다.
가정형편으로 이사를 앞두고 며칠전 그동안 내가 소장해 온 1천여권의 서책을 廣州市 경안동에 있는 漢南古典硏究所에 기증하였습니다. 대학에 입학할 60년 당시의 책과, 70년대 직장인이 되어 내가 번 돈으로 구입 한 책들은 4~50년이 되었고, 20년이 넘는 월급직장생활을 그만두고 나와 스스로 용산에서 신동아서점을 열어 1만여권을 비치하고 영업하다가, 10여년 후에 책방을 폐점하며 챙겨 온 책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. 이런 연유로 이후로 萬卷堂은 나의 도서실이며 서재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.
나의 취향과 식견에 따라 비치한 문사철을 위주로 이루어진 도서목록은 아닌게 아니라, 이때부터 고객들에게서 자기집의 서재에 들어 온것 같다는 평 을 여러차례 들었습니다. 북경 도서관의 사서였던 모택동이 그 시절에 책을 많 이 읽었듯이 나도 이 시절에 스폰지가 물을 빨아들이듯, 모택동처럼 목마른듯 이 지식을 빨아들였습니다.
벤자민 플랭클린(Benjamin Franklin 1706~1790)은 미국의 출판인, 발명가, 정치가로서 젊은 한때 서점원으로 일하면서 많은 공부 를 하였습니다. 그때의 일화 Time is Money 란 책값을 여러차례 묻기만 하는 고객에게 그가 물을 때마다 책값을 높게 부르니 불평하는 고객에게 귀중한 시 간의 값을 깨우쳐 주려 그렇게 말한 것이라 합니다. 그리고, 널리 알려진 그의 13가지 덕목의 아포리즘은 세월에도 퇴색치 않고 많 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면서 널리 읽히고 있습니다.
01. 절제 : 아둔해질 정도로 먹지 마라. 들뜰 정도로 마시지 마라. 02. 침묵 : 남들이나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 외에는 말하지 마라. 사소한 대화를 피하라. 03. 질서 : 네 모든 것들이 제자리에 있도록 해라. 용무의 각 부분들에 제시간 을 할애해라. 04. 결심 : 해야 할 것들을 수행하려고 결심해라. 결심한 것은 반드시 수행해라. 05. 검약 : 남들이나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외에 비용을 지출하지 마라. 즉, 아무 것도 낭비하지 마라. 06. 근면 :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. 언제나 무엇인가 유용한 일을 하고 있어라. 불필요한 모든 행동들을 발라내라. 07. 성실 : 해로운 계략을 쓰지 마라. 순수하고 정당하게 생각해라. 말할 때는 그에 상응하도록 말해라. 08. 정의 : 해악을 행하거나 네가 해야 할 선행을 빠뜨림으로써 아무에게도 손해 를 끼치지 마라. 09. 중용 : 극단을 피하라. 그럴만하다고 생각될 지라도 남들이 끼친 해악에 대해 그렇게 많이 분개하는 것을 삼가라. 10. 청결 : 몸, 의복, 주거에 있어서 불결하게 하지 마라. 11. 평정 : 사소한 일, 혹은 피하거나 피할 수 없는 불의의 일들로 마음을 어지럽 히지 마라. 12. 순결 : 건강이나 자손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성행위를 피하라. 개운치 못하거나 약해지거나 너 자신 혹은 다른 이의 평화나 평판에 해가 될 정도로 하지 마라. 13. 겸양 : 그리스도와 소크라테스를 본받으라.
내가 가장 좋아하는 <꽃>의 시인 김춘수 선생의 말년에는 부인이 돌아가자 그의 주변에서 책을 말끔히 치워버리고 책을 읽지 않고 살았습니다. 이제 나는 나의 주장을 내세우며 살수 있는 형편이 못된다는 패배감에서 꽃 시인의 행로를 따라가는 심정으로 모든 서책을 며칠전에 다 기증하였지만 당나라 진종황제의 권학문은 만고의 진리여야 한다는 고집을 꺽지 아니합니다.
ㅡ 眞宗皇帝의 勸學文 ㅡ
富家不用買良田 / 부가불용매양전 부자가 되려고 좋은 밭을 사려고 애쓰지 말라 書中自有千鍾粟 / 서중자유천종속 책속에 1천종이나 되는 쌀과 오곡 등이 있느니라.
安居不用架高堂 / 안거불용가고당 편안히 살기위해 고대광실을 지으려고 애쓰지 말라 書中自有黃金屋 서중자유황금옥 책속에 저절로 황금같은 집이 있으며 出門莫恨無人隨 / 출문막한무인수 외출하는데 수행하는 사람이 없다고 한탄하지 말라 書中車馬多如簇 / 서중거마다여족 책속에 차와 말이 떼 지어 많이 있지 않느냐
娶妻莫恨無良媒 / 취처막한무양매 아내를 얻는데 좋은 매파가 없다고 한탄하지 말라 書中有女顔如玉 / 서중유녀안여옥 책속에 옥같은 예쁜 여자가 있지 않는가.
男兒欲遂平生志 / 남아욕수평생지 사나이가 평생의 뜻을 펼치고자 하거든 六經勤向窓前讀 / 육경근향창전독 창가에 앉아 육경을 부지런히 읽을 지어다.
옳고 훌륭한 일을 하여 개인적으로 몰락하였다고 하지만 이웃과 민족에게 끼친 덕이 많은 삶을 산 예도 많습니다. 조선조 장안에서 책을 가장 많이 사다가 망한 사람으로 호가 난 분은 혜강 최한기(惠岡 崔漢綺, 1803~1877)였는데 상인들이 들여온 중국고전과 서양 신학문의 책을 사는데 가산을 탕진하였지만 꾸준한 공부로 우리나라 기철 학의 대가로 북한에서는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진 분입니다.
그리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시절에 보물급 우리문화재를 구입하여 소장 하는데 10만석군의 재부를 다 날리고 큰 빚만 물려준 명문이 간송 전형필 (澗松 全鎣弼)입니다. 그러나 그가 세운 간송미술관(澗松 美術館)은 조선 600년의 문화예술품을, 민족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구겼던 일제 36년의 암 흑기, 6.25전쟁의 초토화기, 산업화과정에서의 황폐화기의 어려움을 거치면 서도 꿋꿋이 그대로 지켜 온 우리문화의 자부심으로 오래 오래 기림을 받 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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